영화리뷰43 '레디 오어 낫 2' (그레이스 변화, 블랙코미디, 고딕 분위기) 공포 영화를 보다가 웃음이 터져 나온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Ready or Not 2: Here I Come》을 보면서 딱 그런 순간을 몇 번이나 겪었습니다. 잔인한 장면인데 황당하게 웃기고, 웃고 나면 또 섬뜩한 기분이 드는 이 묘한 조합이 이 시리즈만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작 팬이라면 이번 작품에서 그레이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있다고 강력히 생각됩니다.살아남은 사람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영화로 만드는가2019년 전작 《레디 오어 낫》이 결혼 첫날 밤 벌어지는 숨바꼭질 서바이벌을 다뤘다면, 이번 속편은 그 이후를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 입니다. 살아남은 그레이스는 언론에 의해 계속해서 "핏빛 결혼식 생존자"로 소비되고, 인터넷에는 사건을 둘러싼 음모론.. 2026. 4. 29. La Femme de 리뷰 (줄거리와 제작 배경, 독창성, 관람포인트) "누군가의 아내"라는 표현이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 질문을 진지하게 떠올린 적이 없었습니다. 2026년 4월 개봉한 프랑스 심리 드라마 《La Femme de》는 그 질문을 90분 내내 조용하고 집요하게 던집니다. 일반적으로 페미니즘 영화라고 하면 극단적인 갈등과 선명한 메시지를 기대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줄거리와 제작 배경 — "클레르"가 아닌 "마담 드베르"로 사는 삶파리의 유명 정치 평론가 앙투안 드베르의 아내 클레르는 결혼 전 소설가였습니다. 재능도 있었고 원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의 클레르는 자신의 이름 대신 "마담 드베르"로 불리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저는 이 설정 자체가 굉장.. 2026. 4. 27. 광선과 그림자 (제작배경, 영상미, 관람포인트) 솔직히 저는 이런 영화가 이렇게 오래 마음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광선과 그림자》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느리고 조용한 프랑스 영화는 좀 지루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며칠이 지나도 마지막 새벽 바다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빛과 그림자로 감정을 전달하는 이 영화, 어떤 작품인지 제가 직접 본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제작배경 — 빛과 기억에서 시작된 이야기일반적으로 프랑스 예술 영화라고 하면 철학적이고 난해하다는 인상이 강한데, 저는 이 영화에서 오히려 굉장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먼저 느꼈습니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의 작은 해안 도시입니다. 주인공 클레망은 파리에서 활동하던 사진작가였지만, 전쟁 지역 촬영 중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고향으로.. 2026. 4. 27. 영화 '로메리아' (독창성, 영상미, 관람포인트) 느린 영화가 지루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로메리아》를 보고 난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안개 낀 해안과 순례 축제를 배경으로, 한 여성이 가족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 영화는 느린 것이 오히려 무기가 되는 영화작품입니다.독창성: 기억을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만드는 방식일반적으로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영화라고 하면 반전과 폭로가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방식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로메리아》는 완전히 달랐습니다.영화는 플래시백(flashback), 즉 과거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연출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플래시백이란 현재 시제의 서사 흐름을 끊고 과거 장면을 삽입하는 영화적 기법을 말합니다. 그 대신 이 영화는 .. 2026. 4. 26. 가능한 사랑 (줄거리, 현실연애, 관람포인트)리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괜히 먼저 다가갔다가 상처받을까 봐 아무것도 못 한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사랑》을 보는 내내 화면보다 제 기억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운명 같은 사랑 말고, 서툴고 느린 사랑을 이렇게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가 오랜만이었습니다.줄거리, 예상보다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서울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칩니다. 광고 기획자 윤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밝게 지내지만, 정작 혼자가 되면 굉장히 외로운 인물입니다. 반면 번역가 도윤은 사람 자체를 의식적으로 멀리하며 살아갑니다. 두 사람은 같은 건물을 반복해서 오가면서도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없이 며칠을 보냅니다.이 관계가 바뀌는 건 비 오는 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서입니다. 좁은 공간에.. 2026. 4. 25. <카라반 >리뷰 (제작 배경, 모성 서사, 관람 포인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가볍게 떠나는 여행 영화겠거니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돌봄"과 "자유"가 동시에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이렇게까지 정직하게 던지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요. 2025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 《Caravan》, 보고 나면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작품입니다.칸 초청까지의 긴 여정,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이 영화가 스크린에 올라오기까지 꽤 험난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감독 주자나 키르히네로바-슈피들로바는 2019년부터 이 작품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작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실제 촬영은 2023년에야 이뤄졌고,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역과 체코 남모라비아 일대에서 진행됐습니다. 그 배경이 단순한 로케이션 선택이.. 2026. 4. 22.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