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18 '패스트 라이브즈' 리뷰 (인연, 절제미학, 여운) 보고 싶었던 영화를 드디어 봤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Past Lives》를 틀었을 때는 그냥 잔잔한 로맨스 한 편이겠거니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 영화, 보는 방법을 조금 알고 보면 감동이 배가 됩니다.절제미학으로 완성한 인연의 서사《Past Lives》는 셀린 송(Celine Song)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란 나영과 해성이 이민과 시간으로 갈라지고, 수십 년 뒤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들으면 흔한 재회 로맨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보면 전혀 다릅 느낌이 있습니다.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출 방식은 미니.. 2026. 4. 17. <Good Luck Have Fun Don't Die> (현실성, 게임과현실, 관람포인트) 보기전 저는 제목만 보고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영 내내 마음이 묵직했습니다. 《Good Luck Have Fun Don't Die》는 게임 개발자 지망생이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직장 드라마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버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현실성: 화려함 없이 오히려 더 아팠던 이유꿈을 좇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피곤하게 느껴질까요? 직접 보고 나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주인공 맥스는 게임 개발 스타트업에 입사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회사는 겉으로는 플랫(flat) 조직 문화, 즉 위계 없이 수평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구조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불안정한 자금 구조와 내부 갈.. 2026. 4. 16. 영화<킬 빌> (장르 혼합, 스타일, 복수극)리뷰 복수극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솔직히 《킬 빌》을 처음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단순한 피 튀기는 액션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복수를 '이야기'가 아니라 '형식' 그 자체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요. 그 낯선 감각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장르 혼합이 만들어낸 독특한 스타일《킬 빌》을 두고 "사무라이 영화다", "서부극이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어느 쪽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 작품에서 이른바 장르 혼합(Genre Hybridization), 즉 서로 다른 장르의 관습과 미학을 의도적으로 한 편의 영화 안에 충돌시키는 연출 방식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장르 혼합이란.. 2026. 4. 14. '리 크로닌의 미라' (심리 호러, 분위기 연출, 관람 포인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Lee Cronin's The Mummy》라는 제목을 보고 으레 아는 그 미라 영화를 떠올렸는데, 실제로 보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액션보다는 심리, 괴물보다는 내면 붕괴에 가까운 작품이었고, 그 방향성이 제겐 꽤 강하게 남았습니다.●이 영화가 기존 미라 영화와 다른 이유 — 심리 호러라는 선택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미라 영화라면 아무래도 봉인 해제, 추격, 액션 시퀀스 같은 구도가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Lee Cronin's The Mummy》는 그 공식을 처음부터 밀어냅니다.이야기는 고고학자 엘리자가 사막에서 발굴한 미라를 조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미라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특정 의식으로 봉인된 존재입니다. 엘.. 2026. 4. 14. 'Mother Mary' (이미지와 실제, 정체성, 음악 영화) 음악 영화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정체성에 관한 영화였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Mother Mary》,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꽤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단순히 감동이라서가 아니라,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 남아서였습니다.이미지와 실제 자신 사이의 간극팝 아이콘 '메리'는 세계적인 스타입니다. 무대 위에서는 완벽하고, 모든 것이 통제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완벽함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그녀가 자신이 만들어온 페르소나(persona)에 갇혀 있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여기서 페르소나란 원래 심리학 용어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낸 외적 자아를 의미합니다.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비롯된 개념인데, 이 영화는 그 .. 2026. 4. 13. <Crime 101> 리뷰 (패턴 분석, 심리전, 관람 포인트) 범죄 영화를 보면서 "나라면 저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Crime 101》을 보는 내내 형사 편이 아니라 범인 편에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좀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이 영화가 노린 지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논리에 동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교과서처럼 설계된 범죄, 패턴 분석의 묘미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솔직히 "범죄 수사물이면 비슷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형사가 단서를 모으고, 범인은 도망치고, 마지막에 잡힌다는 공식 말입니다. 그런데 《Crime 101》은 그 공식에서 처음부터 비껴갑니다.영화의 핵심은 범죄자 '데이비드'가 구사하는 모듈러 오퍼레이션(.. 2026. 4. 13.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