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 관객 평점 C-,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 82%. 같은 영화를 두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엇갈린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오히려 더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결국 세 시간을 넘기는 이 영화를 끝까지 봤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군상극이라는 형식, 그 이상의 감정 지도
《매그놀리아》는 군상극(ensemble drama)의 형식을 취합니다. 군상극이란 한 명의 주인공 대신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동시에 따라가는 서사 구조를 말하는데, 이 영화는 그 안에 무려 아홉 명의 주요 인물을 집어넣습니다. 죽음을 앞둔 방송 재벌 얼 패트리지, 퀴즈쇼 진행자 지미 게이터, 여성 혐오적 성공 강연자 프랭크, 어린 퀴즈 천재 스탠리, 무너진 과거 천재 도니까지. 처음 30분은 솔직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누가 누구인지, 이 사람들이 왜 한 영화에 나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기면서 뭔가가 달라졌습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죄책감과 후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라는 감정의 뿌리가 모두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단순한 인물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감정 지도를 그리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복잡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복잡함 자체가 이 영화의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부기 나이트》 성공 이후 뉴라인시네마로부터 상당한 창작 자유를 얻었고, 에이미 만(Aimee Mann)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완성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내러티브(narrative), 즉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인물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에이미 만의 'Wise Up'을 함께 부르는 장면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의 마음이 같은 자리에 있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영화 용어로는 이런 장면을 뮤지컬 브레이크(musical break)라고 부르는데, 현실의 논리를 잠깐 멈추고 인물의 내면 상태를 직접 보여주는 연출 기법입니다.
《매그놀리아》가 군상극 장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여러 인물을 단순 나열하지 않고 하나의 감정적 주제로 묶는다
- 음악과 편집이 서사를 이끄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 인물마다 독립적인 감정선을 가지면서도 공통된 질문을 공유한다
앙상블 연기, 특히 톰 크루즈에 대하여
이 영화는 앙상블(ensemble) 캐스팅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앙상블 캐스팅이란 스타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배우가 동등한 무게감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뜻합니다. 톰 크루즈, 줄리앤 무어,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 존 C. 라일리, 제이슨 로바즈가 동시에 한 화면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의 밀도가 짐작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톰 크루즈의 연기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프랭크 T.J. 맥키라는 캐릭터는 처음 등장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입니다. 무대 위에서 여성 혐오적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성공 강연자,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인물. 톰 크루즈의 기존 이미지와 완벽하게 겹쳐서 오히려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병든 아버지 얼 패트리지를 마주하는 장면에서 그 허세가 무너지는 순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분노와 슬픔이 너무 날것처럼 느껴져서 잠시 멈추고 다시 봤습니다.
톰 크루즈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영화 전체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Golden Bear)을 수상했습니다. 황금곰상은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로, 심사위원단이 예술적 가치를 인정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입니다(출처: 베를린국제영화제). 평단의 반응이 강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톰 크루즈의 연기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다소 갈리는 시각도 있습니다. 스타 이미지를 역이용한 연출 효과라는 의견도 있고, 배우 자체의 순수한 연기력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라고 보는 편입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이 톰 크루즈를 캐스팅하면서 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거기에 배우 본인의 몰입이 더해졌을 때 나오는 시너지라는 생각입니다.
개구리비, 그리고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영화 후반부에 개구리 비가 쏟아집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개구리가 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이 장면을 황당하거나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그 전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터뜨리는 방식으로는 이것 말고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장면은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열 가지 재앙 중 하나인 개구리 재앙을 모티프로 합니다. 인트라텍스트(intertextuality), 즉 다른 텍스트나 문화적 맥락을 참조하는 기법으로, 영화는 이를 통해 우연이 아닌 심판과 구원의 이미지를 불러옵니다. 이 영화 전체가 묻고 있는 "우연은 정말 우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시각적 답변처럼 느껴졌습니다.
로버트 엘스윗의 촬영도 이 장면의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촬영감독 로버트 엘스윗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거론되었고, 움직이는 카메라와 클로즈업의 리듬감이 189분 내내 유지됩니다. 촬영 언어(cinematographic language)란 카메라의 움직임, 앵글, 조명 등을 통해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촬영 언어 자체가 인물의 내면 상태를 직접 보여주는 도구로 쓰입니다.
189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분명히 부담입니다. 감정이 쉼 없이 쏟아지는 방식이 피로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는 컨디션이 좋은 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보는 것이 훨씬 다른 경험을 줬습니다. 영화 전문 매체 로저 에버트닷컴은 이 영화에 만점을 부여하며 "인간의 고통과 연결 가능성에 대한 가장 야심찬 시도 중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출처: RogerEbert.com).
마지막 장면에서 클라우디아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 표정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한 컷입니다. 말 한마디 없이도 용서와 살아남음이 동시에 담겨 있는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그놀리아》는 쉽게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긴 러닝타임과 감정의 밀도 때문에 보다 지치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과의 단절, 후회, 용서라는 주제에 마음이 걸린다면, 이 영화는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을 것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관심이 생겼다면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단, 시작 전에 189분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NETFLIX,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