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16 영화 'Den of Thieves' 리뷰 (범죄작전, 심리전, 도심총격전) 액션 영화 고른다고 넷플릭스 한 시간째 뒤지다가 결국 아무거나 틀어본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렇게 별 기대 없이 틀었던 게 《Den of Thieves》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강도 영화라고 하면 화려한 폭발과 통쾌한 반전 정도를 기대하게 되는데, 실제로 보고 나니 그런 기대 자체가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그냥 범죄 액션이 아닙니다.범죄작전 — 영화가 아니라 실제 수사 자료를 보는 느낌일반적으로 강도 영화의 작전 장면은 멋있게 포장된 몽타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Den of Thieves》는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범죄 조직 리더 메릭이 준비하는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 동선 분석, 내부 정보 수집, 수송 차량 루.. 2026. 5. 8. 'Under the Skin' 리뷰 (스칼릿 조핸슨, 아트하우스 SF, 인간성) 분명 SF 영화라고 들었는데, 틀어놓고 10분이 지나도록 뭘 보고 있는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우주선도 없고, 액션도 없었습니다. 그냥 한 여자가 낡은 밴을 몰며 스코틀랜드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들이 이상하리만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Under the Skin》은 그런 영화입니다.스칼릿 조핸슨, 감정 없이 인간을 연기하다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했던 건 솔직히 말하면 스칼릿 조핸슨의 화려한 액션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접해보니 전혀 다른 방향의 연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연기하는 존재는 인간 여성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감정이 없습니다. 눈빛에 온도가 없고, 미소도 기계적입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이른바 비.. 2026. 5. 8. 'Mass' 영화 리뷰 (제작배경, 연기분석, 관람포인트)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틀기 전까지 넷플릭스에서 반쯤 스크롤하다 지나쳤습니다. 포스터도 자극적이지 않고, 예고편도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Mass》는 총격 사건 이후 남겨진 두 쌍의 부모가 교회 작은 방에서 마주 앉는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아팠습니다.사건 없이 시작되는 영화, 그 선택의 배경《Mass》는 2021년 개봉한 프랜 크랜즈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프랜 크랜즈는 배우 출신으로, 이 작품이 첫 번째 연출 시도였습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데뷔작이 이렇게 절제된 구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거든요.영화는 실내극(Chamber Drama) 형식을 택했습니다. 실내극이란 단일한 .. 2026. 5. 7. <The Dealer> 리뷰 (금융범죄, 자금세탁, 사회풍자) 넷플릭스에서 한국 범죄 영화를 고르다가 "어차피 뻔한 조폭 액션이겠지" 싶어서 반신반의로 틀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The Dealer》는 총 한 방 없이도 30분 만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영화였습니다. 금융 범죄와 마약 조직을 결합한 설정, 그리고 "돈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를 냉정하게 파고드는 시선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금융범죄로 풀어낸 범죄 영화의 새로운 문법일반적으로 한국 범죄 영화라고 하면 골목 추격전이나 조직 폭력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The Dealer》는 그 기대를 완전히 벗어납니다.주인공 윤태성은 서울 강남의 자산관리 회사에서 일하는 펀드 매니저입니다. 외부에서 보면 성공한 금융인이지만, 실제.. 2026. 5. 7. Bugonia(버고니아) 리뷰 (줄거리, 독창성, 관람포인트) 솔직히 예고편만 봤을 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였습니다. 외계인 음모론을 소재로 한 B급 SF 영화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Bugonia》를 보고 나온 뒤, 저는 많은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웃긴 건지 무서운 건지 모를 감정이 뒤섞인 채로요. 2026년 SF 블랙코미디 중 이 영화만큼 오래 머릿속에 남는 작품은 없었습니다.줄거리와 제작 배경 — 한국 원작이 란티모스를 만났을 때《Bugonia》는 2003년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합니다. 원작 장준환 감독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고, 각본은 《Succession》 시리즈로 잘 알려진 윌 트레이시가 맡았습니다. 감독은 《더 랍스터》와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입니다.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 2026. 5. 6. 그녀가 돌아온 날 (반복구조, 기억, 송선미)리뷰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 《그녀가 돌아온 날》은 2026년 5월 국내 개봉과 동시에 예술영화 팬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강하게 화제가 됐습니다. 저는 솔직히 "또 홍상수식 대화 영화겠지" 하는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는 꽤 오래 말을 잃었습니다. 기억, 정체성, 그리고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 영화만큼 서늘하게 건드린 영화 작품을 최근에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반복구조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균열홍상수 감독 영화를 몇 편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 감독은 반복이라는 장치를 즐겨 씁니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온 날》에서의 반복은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의도적이고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영화는 복귀작 개봉을 앞둔 중년 배우 '정아'가 하루 동안 세 번의 인터뷰를 치르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2026. 5. 6.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