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사건도 없는 영화가 두 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High Tide》를 보기 전까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배경에 조용한 드라마라는 설명만 보고 틀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정을 이야기로 풀어낸 영화가 이 정도일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사건 없이도 이야기가 된다: High Tide의 감정선《High Tide》는 '내러티브 드라이브(Narrative Drive)'가 거의 없는 영화입니다. 내러티브 드라이브란 사건과 갈등이 다음 장면을 끌어당기는 힘, 즉 "다음에 뭐가 일어날까?"라는 긴장감을 만드는 장치를 말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게 없습니다. 대신 인물의 감정 상태 자체가 이야기를..
감성 드라마 장르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영화'가 오히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6년 3월 4일 개봉한 '우리는 매일매일'이 딱 그랬습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은 "근데 뭔가 일어나긴 했나?"였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장면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상 드라마가 택한 선택, 미장센이 말해주는 것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카메라 운용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핸드헬드(handheld) 촬영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핸드헬드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하지 않고 촬영자가 직접 손에 들거나 어깨에 메고 찍는 방식으로,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마치 그 자리에 같이 있는 듯한 현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블록버스터 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