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6 Une année italienne 리뷰 (번아웃, 토스카나가 한 일)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왜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걸까요? 저는 영화 'Une année italienne'를 보면서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파리에서 편집자로 자리 잡은 주인공 마리의 이야기는 의외로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상영이 끝나고도 한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원하던 것을 다 이뤘는데 왜 행복하지 않았을까마리는 어떻게 보면 부러운 조건을 갖춘 사람입니다. 파리에서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커리어를 쌓았죠.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녀에게서 보이는 건 공허함입니다. 연인과의 이별, 반복되는 루틴, 미래에 대한 막막함. 직접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 사람 나랑 똑같네"였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번아웃 증후군(Burn.. 2026. 6. 19. Fils de personne (줄거리, 가족의 의미)리뷰 프랑스어로 '아무의 아들도 아닌 사람'을 뜻하는 영화 제목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보호시설 출신 청년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프랑스 남부로 떠나는 이야기, 'Fils de personne'. 제가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무거운 영화일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줄거리: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여정주인공 앙투안은 파리 외곽의 보호시설에서 자랐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졌다는 사실 외에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성인이 되었고, 안정된 삶도 없이 방황을 이어 갑니다. 그러다 시설에서 오래된 서류를 정리하다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발견합니다. 친부모의 이름 대신 수수께끼 같은 주소와 사진 한 장. 그게 전부였습니다.여기서 저.. 2026. 6. 19. Le Vertige 리뷰 (기억 왜곡, 트라우마) 솔직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스터리 영화'라는 말만 믿고 들어갔다가, 한참 지나서야 이게 사건 해결 영화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프랑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Le Vertige'는 기억 왜곡과 심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입니다. 미스터리보다 사람 내면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영화에 가깝습니다.기억 왜곡, 이 영화가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를 쓴 이유영화를 보면서 처음 걸린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주인공 클레르의 회상 장면들이 처음엔 그냥 사실처럼 보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산의 기억, 사고 직전의 장면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 기억들이 조금씩 어긋나 있다는 게 드러납니다.이걸 영화 용어로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Unreliable Narrato.. 2026. 6. 18. Mi Amor 리뷰 (폼 클레맨티에프, 심리 스릴러, 카나리 제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밝은 햇빛이 공포감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Mi Amor》는 카나리 제도의 쨍한 태양 아래에서 한 여자가 무너지는 과정을 담은 2026년 프랑스 심리 스릴러입니다. 폼 클레맨티에프가 DJ 로미를 연기하는데,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얼굴 잔상이 한참 머릿속에 남았었습니다.폼 클레맨티에프, 표정으로 말하는 심리 스릴러저는 솔직히 폼 클레맨티에프를 할리우드 대형 액션 프랜차이즈의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준 방식이 꽤 예상 밖이었습니다. 《Mi Amor》에서 로미는 말보다 침묵으로, 행동보다 표정으로 심리를 드러냅니다.영화 속 로미는 친구가 사라진 뒤 경찰과 현지인 모두에게서 외면받습니다. 이 과정.. 2026. 5. 16. 'Juste une illusion'영화 리뷰 (비선형 서사, 심리 스릴러, 열린 결말) 영화를 보고 나서 "이게 다 꿈이었나?" 하고 멍하게 앉아 있었던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Juste une illusion》을 보고 나서 정확히 그런 상태가 됐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다룬다는 설명을 미리 읽었음에도,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가 본 게 어디까지 실제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비선형 서사가 만들어내는 혼란, 그게 설계다이 영화가 가장 독창적인 이유는 이야기 방식 자체에 있습니다.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라는 구조를 택했는데, 여기서 비선형 서사란 시간의 흐름이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거나 반복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단순히 플래시백을 삽입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비슷한 장면이 조금씩 다른 디테일로 반복되.. 2026. 4. 19. '얼터 에고' (배우 연기, 블랙코미디, 정체성)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그냥 가벼운 코미디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자아'라는 설정이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걸 건드리는 작품이었습니다. 2026년 3월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얼터 에고(Alter Ego)'를 보고 난 뒤의 솔직한 기록입니다.◈ 블랙코미디 장르와 1인 2역 연기가 만든 것'얼터 에고'는 블랙코미디(Black Comedy) 장르를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블랙코미디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나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담아내는 장르를 뜻합니다. 단순히 웃기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웃음 뒤에 뭔가 찜찜한 여운이 남는 게 바로 블랙코미디의 특징입니다.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2026. 4.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