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된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디스토피아(Dystopia), 즉 사회 질서가 붕괴된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한국 스릴러라는 조합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냥의 시간》을 끝까지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건 단순한 추격 영화가 아니었습니다.디스토피아 세계관, 과장이 아니라 압축이다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화면을 가득 채운 건 폐허 같은 서울 풍경이었습니다. 돈의 가치가 폭락하고, 거리에는 무장 강도가 일상처럼 등장하며, 건물 벽에는 환율 폭등을 알리는 낙서가 가득합니다. 처음엔 이게 너무 과장된 설정 아닌가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묘하게 현실과 닮아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재난 영화를 보면서 무너지는 건물보다 그 안의 사람이 더 무서웠던 적, 있으신가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자들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영탁이라는 인물, 어디까지가 리더이고 어디서부터 괴물인가《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중심에는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화재를 진압하고 위기를 수습하는 인물로 등장해 자연스럽게 주민대표 자리를 맡게 됩니다. 이렇게 어려움을 벗어나게 한 사람으로 남았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영화가 진행될수록 영탁의 권위는 점점 더 강해지지만, 동시에 진정한 리더가 아니기에 그 권위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세워진 것인지 ..
Rotten Tomatoes 기준 Tomatometer 24%. 숫자만 봤을 때 솔직히 기대를 낮추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니 단순히 점수로만 재단하기엔 좀 아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사법 시스템이 지배하는 2029년: 설정과 구조영화 'Mercy'는 2029년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범죄 폭증으로 무력해진 전통 사법 체계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AI 판사 시스템인 '머시 자본 법정(Mercy Capital Court)'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알고리즘 기반 죄책 확률 산정입니다. 여기서 알고리즘 기반 죄책 확률 산정이란, CCTV 영상·통신 기록·SNS 활동·위치 정보 등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피의자의 유죄 가능성을 수치로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