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왕자의 각성,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닌 이유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옛날 장난감 원작 리부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2026년 개봉 전까지만 해도 기대치가 낮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Masters of the Universe》는 고전 판타지를 현대 기술로 되살린 대형 모험 영화였고, 오랜만에 극장에서 진짜 모험 영화 다운 모험 영화를 봤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아담 왕자가 지구에서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이 이터니아 왕국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온 인물입니다. 저는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 "또 선택받은 영웅 서사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담이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는 단순히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는 평범한 삶을 원했던 것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책임의 무게가 두려웠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왕국의 후계자가 된다는 건 개인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것이고, 실패했을 때의 결과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 불안감이 꽤 설득력 있게 전달됐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란 주인공이 이야기 안에서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히맨의 캐릭터 아크는 단순히 "약한 사람이 강해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임을 외면하던 사람이 그 책임을 스스로 선택하는 이야기"입니다. 히맨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원작 팬이라면 익숙한 순간이지만, 이 맥락 안에서 보면 단순한 슈퍼히어로 변신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선언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생각보다 많이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히맨의 힘, 즉 파워 소드(Power Sword)가 상징하는 것도 이 관점에서 읽어야 합니다. 파워 소드는 단순한 초능력의 도구가 아니라 "책임을 받아들인 자만이 쓸 수 있는 힘"의 상징입니다. 영화가 강한 힘을 선택이 아니라 책임과 연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진짜 권한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터니아 세계관, 판타지와 SF가 섞인 독특한 미장센
솔직히 이 영화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부분은 이터니아(Eternia)의 비주얼이었습니다. 중세 판타지 분위기의 성 그레이스컬(Castle Grayskull) 외벽 안에 미래형 기계 장치와 로봇 병사가 공존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보다 보면 오히려 이 조합이 이 세계관만의 정체성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란 영화에서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 즉 배경, 조명, 의상, 오브제 등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Masters of the Universe》의 미장센은 의도적으로 두 가지 시대를 혼합합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1980년대에 판타지와 SF를 동시에 담아낸 방식을 현대 기술로 재현한 것입니다. 거대한 검투 액션과 미래형 병기가 같은 화면에 등장하는 게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는 순간이 옵니다.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됐다는 신호였습니다.
이터니아가 단순한 판타지 왕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담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고향이자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터니아는 어떤 의미에서 "잃어버린 정체성"의 공간처럼 읽힙니다. 판타지 세계관이 단순한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히맨 장난감을 가지고 상상하던 그 세계가 실제로 구현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향수 때문만은 아닌, 세계 자체의 흡인력 덕분이었습니다.
이터니아 세계관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성 그레이스컬의 외관은 중세 판타지, 내부는 SF 기술이 공존하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 마법 생명체와 로봇 병사가 같은 전장에서 충돌하는 장면이 반복 등장합니다.
- 거대한 전투 장면에서 이터니아의 세계 규모가 실제로 체감될 만큼 스케일이 큽니다.
- 원작 팬이라면 익숙한 상징물과 대사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별도의 재미가 있습니다.
스켈레터(Skeletor)를 단순한 악당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왕좌를 탐내는 권력욕 덩어리가 아닙니다. 그에게는 일관된 세계관이 있습니다.
스켈레터가 믿는 건 힘의 논리입니다. 그는 "힘이야말로 정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맨이 질서와 균형을 지키려는 쪽이라면, 스켈레터는 그 질서 자체가 허구이며 결국 힘을 가진 자가 세계를 정의한다고 봅니다. 이 충돌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닙니다.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카리스마(Charisma)란 타인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강렬한 개성과 매력을 뜻합니다. 스켈레터의 카리스마는 외모나 마법이 아니라 이 신념에서 나옵니다.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100%인 인물은 관객에게도 묘한 설득력을 줍니다. 좋아할 수는 없지만 납득은 되는, 그런 종류의 캐릭터입니다. 1987년 원작 실사 영화에서도 스켈레터는 단순 악역이 아닌 강렬한 존재감으로 회자됐는데, 2026년 리부트에서 그 방향성이 더 세밀하게 구현됐다고 느꼈습니다.
원작 《He-Man and the Masters of the Universe》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던 1983년 당시, 히맨과 스켈레터의 대립은 어린이를 위한 단순 권선징악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리부트에서 스켈레터가 단순히 "나쁜 놈"이 아니라 자기 논리를 가진 존재로 재해석된 건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악당의 입체성이 영화의 깊이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이 영화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IMDb - Masters of the Universe)
엔딩과 시리즈 확장 가능성, 이 영화는 시작인가
영화 마지막을 보고 나서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엔딩과 쿠키 장면이 후속 이야기를 꽤 직접적으로 암시합니다. 저는 쿠키 장면을 보면서 "아, 이 세계관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쿠키 장면이 의무처럼 붙는 시대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경우는 그게 억지스럽지 않았습니다.
세계관 빌딩(World Building)이란 영화나 소설이 독립된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후속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도록 세계의 역사, 규칙, 인물을 설계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이 이 영화를 단편적 이야기가 아닌 프랜차이즈 첫 편으로 기획했다는 사실은 영화 구석구석에서 느껴집니다. 이터니아의 다른 지역, 아직 등장하지 않은 인물들, 스켈레터의 과거 같은 요소들이 본편에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열려 있습니다.
원작 마텔(Mattel) 장난감 브랜드가 1980년대 초반 처음 출시된 이후, 《He-Man and the Masters of the Universe》는 미국에서만 수천만 개의 장난감이 팔린 문화적 현상이었습니다. 그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이번 리부트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속편 제작은 거의 확정 수순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마텔 필름스(Mattel Films)는 바비, 하트 오브 스톤 등 자사 IP를 영화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출처: Mattel Films 공식 사이트)
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린 시절 장난감으로 만들어 놓던 전쟁 장면이 진짜 영화가 된 것 같은 묘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노스탤지어(Nostalgia)란 과거의 특정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감정적 그리움으로, 단순한 추억 이상의 정체성 감각을 포함합니다. 이 영화가 원작을 아는 세대와 모르는 세대 모두에게 먹힐 수 있는 건, 결국 그 노스탤지어를 세계관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출처 : CGV,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