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을 별 기대 없이 틀었습니다. 넷플릭스 범죄 시리즈가 워낙 많다 보니 "또 비슷한 거겠지"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1화가 끝날 무렵, 저는 이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Jo Nesbø's Detective Hole》, 이 작품은 그냥 범죄 드라마가 아닙니다.
북유럽 누아르가 완성한 해리 홀이라는 인간
이 드라마를 한 마디로 설명하라면 저는 "붕괴하는 천재의 이야기"라고 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 해리 홀은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형사입니다. 여기서 알코올 의존증이란 단순히 술을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음주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임상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작품은 이 상태를 미화하거나 가볍게 처리하지 않습니다. 그가 술에 취해 현장에서 비틀거리는 장면, 동료들의 시선을 받는 장면 모두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류의 캐릭터는 보통 두 가지 방향으로 가더라고요. 결국 자력으로 극복하거나, 아니면 그냥 비극으로 끝나거나. 그런데 해리 홀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무너지는 상태 그대로 사건을 추적하고, 무너진 상태 그대로 진실에 가장 먼저 닿습니다. 이 모순이 이 캐릭터를 전형적인 영웅 형사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만들어줍니다.
사건 구조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의 손가락이 절단된 채 발견되고 현장에는 별 모양 상징이 남겨지는 연쇄살인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점점 경찰 내부 부패와 얽히면서 확장됩니다. 이 구조는 누아르(Noir) 장르의 전형적인 서사 방식입니다. 누아르란 선악이 뚜렷이 나뉘지 않고 사회 전체가 부패한 세계 안에서 주인공이 진실을 좇는 장르를 말합니다. 이 작품은 그 정의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특히 조엘 킨나만이 연기한 동료 형사 '톰 왈레르'는 겉으로는 냉정하고 유능해 보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로, 시청 내내 "이 사람을 믿어야 하나"라는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를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핵심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음악도 빠질 수 없습니다. Nick Cave와 Warren Ellis가 담당한 사운드트랙은 장면 하나하나에 굉장히 무겁게 깔립니다. 이 둘의 조합은 영화 《더 로드》, 드라마 《Peaky Blinders》 등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는데, 여기서도 그 존재감이 그대로입니다.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해리 홀의 심리 상태를 소리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리 홀이라는 캐릭터의 심리 붕괴 과정을 따라가는 것
- 연쇄살인 사건 이면에 숨겨진 경찰 내부 부패 구조
- 오슬로의 도시 풍경이 만들어내는 차갑고 음울한 시각적 분위기
- Nick Cave와 Warren Ellis의 사운드트랙이 형성하는 감각적 긴장감
직접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냉정한 평가

솔직히 이 작품을 보면서 예상 밖이었던 건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요즘 넷플릭스 범죄물들은 대부분 빠른 편집과 자극적인 반전으로 속도를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작품은 오히려 반대로 갑니다. 오슬로의 흐린 하늘, 좁고 어두운 골목, 인물들이 오래 침묵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처음엔 느리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2화 중반쯤에서 잠깐 집중이 흐트러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쌓이면 굉장한 압박감이 됩니다. 쇼러너십(showrunner)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미국·영국식 드라마 제작에서 각본과 제작 총괄을 동시에 맡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원작자 조 네스뵈 본인이 직접 쇼러너를 맡았습니다. 원작 소설의 분위기와 인물 심리를 직접 각색했기 때문에, 시리즈 전반에 걸쳐 일관된 세계관이 유지됩니다. 이 점이 단순히 원작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들과 분명히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Tobias Santelmann의 연기는 제 경험상 이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거의 쓰러질 것처럼 보이다가, 사건 단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눈빛이 바뀝니다. 이 미묘한 전환을 대사 없이 표정과 시선만으로 표현하는데, 그 순간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Rotten Tomatoes 기준으로 이 시즌은 93% 평점을 기록했으며, "twisty and stylish"라는 총평을 받았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또한 TIME 매거진 리뷰에서는 마지막 전개를 "충격적이고 disturbing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후반부의 강도가 상당합니다(출처: TIME).
다소 복잡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중반부는 등장인물 수가 많고 정보량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따라가기 쉽지 않은 구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복잡함을 단점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유럽 범죄소설 특유의 매력이 바로 이 밀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Mindhunter》나 《True Detective》를 즐겨 본 분이라면 이 밀도가 오히려 익숙하고 반가울 수 있습니다.
결말은 단순한 사건 해결로 끝나지 않습니다. 해리 홀이 앞으로 더 어두운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암시를 남기는데, 그 마지막 장면 이후 화면이 꺼지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 공허한 느낌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본 범죄 시리즈 중 가장 오래 잔상이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북유럽 누아르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거나, 복잡한 심리를 가진 인물에 끌리는 분이라면 이 작품은 거의 확실히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가볍게 틀어놓고 보는 편안한 범죄물을 원하는 분께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 1화를 볼 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참고: NETFLIX
Rotten Tomatoes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