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제작 배경, 권력 이동, 관전 포인트)

by 조아가자 2026. 4. 24.

속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드디어"라는 기대와 "굳이?"라는 걱정이었습니다. 원작을 처음 본 게 대학교 때였는데,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다시 꺼내 볼 만큼 애정이 깊은 영화라 오히려 속편이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작 배경을 하나씩 살펴볼수록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종이 잡지 시대의 종말, 왜 지금인가

일반적으로 속편은 흥행을 노린 상업적 판단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이번 경우만큼은 좀 다르게 봤습니다. 타이밍이 지나치게 잘 맞아 있기 때문입니다.

1편이 나온 2006년은 《런웨이》 같은 패션 매거진, 쉽게 말해 고급 패션 잡지가 아직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편집장 한 명이 어떤 브랜드를 지면에 실어주느냐에 따라 그 시즌 트렌드가 결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잡지 한 권이 유행을 만들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 배경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바로 에디토리얼 파워(Editorial Power)의 붕괴입니다. 에디토리얼 파워란 편집권을 통해 특정 브랜드, 스타일, 미감을 대중에게 제시하고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이 권력이 《보그》 같은 인쇄 매체의 편집장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SNS 인플루언서와 럭셔리 대기업 그룹의 마케팅 부서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패션 미디어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디지털 마케팅에 지출하는 예산 비중은 전체 광고비의 60%를 넘어섰습니다(출처: Business of Fashion). 이는 불과 10년 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역전된 수치입니다. 이런 현실이 영화 안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미란다 프리슬리라는 인물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저항하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의 상징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란 신문, 잡지, 방송처럼 디지털 이전 시대에 주류였던 전통 미디어를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저는 이 설정 자체가 2편의 가장 큰 차별점이 될 거라고 봅니다. 단순히 "미란다가 또 사람을 괴롭힌다"가 아니라, 미란다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1편과는 완전히 다른 온도의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권력 이동의 구조, 에밀리가 돌아온다

제가 이번 2편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사실 앤디 색스가 아닙니다. 에밀리 찰튼입니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설정에 따르면 에밀리는 럭셔리 브랜드 그룹의 핵심 임원으로 등장합니다. 1편에서 미란다에게 시달리던 퍼스트 어시스턴트(First Assistant), 즉 수석 보조 역할을 했던 인물이 이제는 광고 예산을 쥔 갑의 위치에서 미란다와 마주한다는 구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속편에서 조연이 이렇게 중심축으로 올라오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설정은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패션 산업에서 실제로 이런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잡지사 출신들이 럭셔리 대기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나 브랜드 전략가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과 전반적인 콘셉트 방향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최근에는 광고 집행권과 미디어 바이잉(Media Buying) 권한까지 함께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 바이잉이란 특정 미디어 지면이나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는 구매 협상 과정을 뜻합니다.

이 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에밀리가 광고 집행 여부를 결정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면, 과거 미란다가 에밀리를 움직이던 방식과 정확히 반대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권력의 축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저는 이 역전의 드라마가 제대로만 그려진다면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구조적 권력 비판으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편에서 기대되는 핵심 구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란다 프리슬리: 에디토리얼 파워가 약해진 레거시 매거진의 편집장. 시대에 밀려나는 전설적 인물.
  • 에밀리 찰튼: 럭셔리 그룹 핵심 임원. 광고 예산과 브랜드 협업 결정권을 보유한 새로운 권력.
  • 앤디 색스: 패션 산업 외부에서 성공한 인물로 복귀 가능성.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시점 역할 예상.

이 세 인물의 위치 변화만으로도 이야기의 뼈대는 충분히 탄탄합니다. 앤 해서웨이의 복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은 아쉽지만, 메릴 스트립과 에밀리 블런트의 조합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극장에 갈 이유가 된다고 봅니다.

 

The Devil Wears Prada 2

관전 포인트, 그리고 솔직한 우려

기대가 크면 걱정도 커지는 법입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집중할 포인트를 꼽자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미란다의 변화 여부입니다. 1편의 미란다는 마지막 장면에서 잠깐 인간적인 면을 드러냈지만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인물로 마무리됐습니다. 2편에서는 그녀가 SNS와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이 장악한 업계에서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재정립하려 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란 대중에게 영향력을 가진 개인을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매거진 광고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둘째는 패션 코드의 변화입니다. 1편은 2000년대 럭셔리 하우스(Luxury House)의 상징적인 의상들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영화입니다. 럭셔리 하우스란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같은 장인 정신과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최상위 패션 브랜드를 말합니다. 2편에서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라 불리는, 즉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고급스러움 스타일이 어떻게 등장할지도 꽤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셋째는 팬서비스와 새로운 이야기의 균형입니다. 솔직히 이게 제일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IP(지식재산권) 기반 콘텐츠를 쏟아내는 요즘, 속편이 그냥 추억 소환에 그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2024년 공개한 자체 조사에서 시청자들이 리메이크나 속편에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는 "새로운 관점"이었습니다(출처: Netflix). 저는 이 점에서 제작진이 얼마나 용기 있는 선택을 했는지가 흥행보다 더 중요한 척도가 될 거라고 봅니다.

결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단순한 속편으로 끝날지, 아니면 패션 산업 변화를 정면으로 다룬 독립적인 작품으로 완성될지는 각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란다가 시대 변화 앞에서 어떤 결단을 내리는지, 에밀리가 새로운 권력을 어떻게 쓰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개봉 소식이 공식 확정되는 순간부터 기대 반, 긴장 반으로 지켜볼 생각입니다. 원작을 사랑했던 분이라면 일단 지켜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Netflix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