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마블 페이즈5 후반부가 좀 지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 밖의 감정이 남았습니다. 화려한 슈퍼히어로 집합이 아니라, 각자 망가진 사람들이 억지로 한 팀이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망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방식, 캐릭터 구성의 힘
《Thunderbolts*》는 처음부터 영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화는 옐레나 벨로바가 공허한 일상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제가 이 시작에서 꽤 오래 멈췄는데, 마블 영화에서 액션보다 인물의 피로감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이 오랜만에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옐레나, 존 워커, 고스트, 태스크마스터 등을 한 장소로 유인합니다. 이들은 각자 다른 명목으로 호출됐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전부 제거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에 버키 반즈와 레드 가디언까지 얽히면서 팀업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이 팀의 특징은 결함입니다. 옐레나는 정체성의 빈자리를 안고 살고, 버키는 과거의 죄책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며, 존 워커는 인정 욕구와 분노가 뒤섞인 인물입니다. MCU에서 안티히어로(anti-hero)란 도덕적으로 완전하지 않지만 결국 옳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말하는데, 이 팀은 그 정의에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어벤져스처럼 멋지기보다는 불안정하고, 바로 그 불안정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니 그녀가 액션을 할 때보다 조용히 앉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보일 때 더 강하게 몰입했습니다. 말투는 시니컬하지만 눈빛에는 계속 공허함이 남아 있는 연기입니다. 연출 면에서도 기존 MCU와 달리 거대한 우주적 위기 대신 밀폐 공간과 팀 내부 갈등, 심리적 압박을 강조한 미장센(mise-en-scène)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인물, 공간, 조명, 소품 등 시각적 요소 전체를 연출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좁고 어두운 공간이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썬더볼츠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은 핵심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옐레나 벨로바: 블랙 위도우 훈련을 받은 요원. 정체성의 공허함을 안고 있는 감정적 중심
- 버키 반즈: 과거 윈터 솔저였던 인물. 죄책감과 책임감이 공존하는 캐릭터
- 밥(센트리): 초인적 힘을 지닌 존재지만, 자신의 어둠을 통제하지 못하는 핵심 인물
- 존 워커: 전 US 에이전트. 인정 욕구와 분노를 동시에 지님
- 레드 가디언: 코믹하지만 가족과 과거에 대한 후회가 많은 인물
- 고스트: 오래된 고통을 안고 있는 캐릭터
센트리라는 존재와 '별표'의 의미, 뉴어벤져스로의 확장
영화 중반부터 이야기의 중심은 '밥'이라는 인물로 이동합니다. 루이스 풀먼이 연기한 이 인물은 초인적인 힘을 지닌 센트리(Sentry)인데, 여기서 센트리란 원작 마블 코믹스에서 태양 100만 개에 달하는 힘을 가진 존재로, 동시에 자신의 그림자인 '더 보이드(The Void)'와 끊임없이 싸우는 비극적 캐릭터입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그대로 살려 밥의 힘보다 내면의 불안을 더 크게 다룹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밥이 단순한 강력한 존재로만 소비될 줄 알았는데, 영화는 그를 보호받아야 할 상처 입은 사람처럼 그립니다. 후반부에서 밥의 내면을 시각화한 장면은 마블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심리적 공포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면은 마블에서 거의 못 본 것 같았습니다.
영화가 정신 건강을 직접적인 주제로 다룬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밥의 어둠은 단순한 악당 능력이 아니라 우울과 자기혐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의 괴물에 가깝게 묘사됩니다. 트라우마(trauma)란 심각한 심리적 충격이 오래 지속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 영화의 모든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며 영화는 그것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팀원들이 각자 외면하던 상처와 마주하는 후반부 서사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팀업보다 훨씬 내면적이었습니다.
제목의 별표()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개봉 전부터 Thunderbolts의 별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팬들 사이에서 많은 추측이 있었고, 결말과 이후 홍보를 통해 이 팀이 '뉴 어벤져스'로 재브랜딩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재브랜딩(rebranding)이란 기존의 이름이나 정체성을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이 재브랜딩은 신선하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에게는 결말 스포일러처럼 작동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저는 후자에 좀 공감했습니다.
영화의 흥행은 월드와이드 약 3억 8천만 달러 수준으로, 제작비 대비 폭발적인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단 반응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는데, Metacritic 기준 평론가 53개 리뷰 평균 68점, 유저 점수 7.2를 기록했습니다(출처: Metacritic). 최근 MCU 작품들이 평단에서 고전한 것을 감안하면 꽤 선전한 수치입니다. 영화 산업 분석 매체 Box Office Mojo에서도 이 작품의 북미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태스크마스터 활용이 기대보다 약했고, 일부 캐릭터는 더 깊게 다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CU의 큰 흐름과 연결되는 지점들은 페이즈5 전체를 따라오지 않은 관객에게는 다소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Thunderbolts*》는 완벽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보고 나서 오래 남은 건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망가졌지만, 그래도 함께 버틸 수 있다"는 감정이었습니다. 마블이 여전히 새로운 팀과 감정선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옐레나와 버키를 좋아한다면, 혹은 화려함보다 인간적인 결함이 있는 캐릭터에 끌린다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입니다.
참고: YOUTUBE,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