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에서 《서울대작전》을 클릭한 건 사실 별 기대 없이였습니다. 유아인 주연의 자동차 액션 영화라는 것만 알고 틀었는데, 첫 장면부터 생각보다 훨씬 감각적이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자동차에 미친 청춘들이 군사정권과 연결된 비자금 조직에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깊이보다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영화인데, 이게 의외로 잘 먹혔습니다.
자동차 액션, 이 영화의 진짜 언어
솔직히 자동차 액션이 이렇게 영화의 중심을 잡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한국 범죄 영화에서 차는 이동 수단이거나 쫓고 쫓기는 배경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서울대작전》은 달랐습니다. 차 자체가 캐릭터처럼 움직입니다.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기술이 드리프트(drift)입니다. 드리프트란 차의 후륜을 일부러 미끄러뜨려 차체를 비스듬히 회전시키는 고도의 주행 기술로, 레이싱에서 코너를 빠르게 통과하거나 시선을 압도하는 퍼포먼스로 자주 쓰입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동욱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느꼈습니다. 말보다 핸들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 같았거든요.
후반부 서울 도심 카체이스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현실적인 긴장감이라기보다 리듬이 있는 추격전이었습니다. 마치 게임의 미션 클리어 구간을 보는 것 같은 쾌감이랄까요. 사실적인 박진감을 기대한 분이라면 조금 가볍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경쾌한 호흡이 오히려 이 영화의 정체성에 잘 맞는다고 봤습니다.
오래된 BMW와 국산 튜닝 차량들이 서울 거리를 달리는 장면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튜닝(tuning)이란 차량의 기본 사양을 개조해 성능이나 외관을 강화하는 것을 뜻하는데, 당시 한국에서 이런 문화가 얼마나 활성화돼 있었는지 잘 몰랐습니다. 영화가 그 감성을 꽤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동차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쓰인 점이 좋았습니다.
1988년 서울, 화려함 뒤에 무엇이 있었나
영화를 보면서 자꾸 드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왜 하필 1988년이었을까요? 그냥 복고 감성을 위한 배경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그 시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려는 의도가 있었을까요?
1988년 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스스로를 제대로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올림픽은 160개국 이상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국제올림픽위원회). 그런데 그 화려함 이면에는 군사정권의 그늘과 비자금, 권력 비리가 공존했습니다. 영화는 그 시대를 밝고 경쾌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부패한 권력 구조를 슬쩍 끼워 넣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접근 방식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군사정권의 비자금 세탁이라는 무게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 영화 전체 톤은 화사하고 신나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니, 이게 오히려 당시 시대를 더 정확하게 포착한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림픽 직전 서울 거리에서 살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권력의 부패를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뜨거운 기대감 속에서 일상을 살았을 테니까요.
복고 감성 재현도 꽤 공을 들인 게 느껴졌습니다. 카세트테이프, 힙합 문화, 당시 패션까지 디테일이 살아있었습니다. 프로덕션 디자인(production design)이란 영화의 시각적 세계관 전체를 설계하는 작업인데, 이 영화는 그 부분에서 분명히 노력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소품을 갖다 놓는 수준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공기 자체를 흉내 내려 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만든 질문은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동욱과 친구들은 왜 위험한 잠입 작전을 받아들였을까요? 단순히 범죄 기록을 지워주겠다는 검사의 제안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뒤에 미국행이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영화는 그 동기를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동욱이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현실에 지친 청춘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돈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위험하지만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쉽게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 선택이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팀원들 각자의 개성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경표가 연기한 우삼은 DJ 감성과 유머로 팀의 분위기를 책임지고, 박주현의 윤희는 남성 중심 집단 안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이규형과 옹성우도 각각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살렸습니다. 이 팀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관계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동욱(유아인): 탁월한 드라이빙 실력을 가진 리더. 냉정함과 인간미를 함께 가진 인물로, 팀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 우삼(고경표): DJ 출신으로 음악과 분위기를 담당. 위기 상황에서도 팀의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입니다.
- 윤희(박주현): 동욱의 여동생이자 팀의 실질적인 균형추. 감정적으로도, 작전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 복남(이규형)과 준기(옹성우): 각자 조용하지만 팀 전체의 케미스트리를 완성하는 인물들입니다.
이 다섯 명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끝까지 믿는 과정이 영화의 감정선을 만듭니다. 저는 친구들끼리 장난치고 다투는 장면들이 의외로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진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그 소소한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정의는 이겼는가, 아니면 타협했는가
《서울대작전》이 말하고 싶었던 건 결국 뭘까요? 비리 세력에 맞선 청춘들의 승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 결말조차 현실의 타협임을 보여주려 했던 걸까요?
영화의 마무리를 보고 나서 저는 이 질문에 단정 짓기가 어려웠습니다.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방향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욱 팀이 협력한 검사 안평욱의 의도가 과연 순수한 정의였는지는 끝까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가 권력과 연결된 비자금 세탁 조직, 즉 머니 론더링(money laundering)에 맞서는 이야기이지만, 그 결말이 진짜 정의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권력 게임인지는 영화가 직접 답하지 않습니다. 머니 론더링이란 불법으로 얻은 자금을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세탁하는 범죄 행위를 뜻합니다.
악역인 강 회장과 해결사 현균이 입체적이라기보다 기능적으로 그려진 것도 이 질문을 더 흐릿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역이 단단할수록 주인공의 선택이 더 묵직해지는데, 《서울대작전》의 악역은 조금 너무 일직선입니다. 그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에서, 글로벌 관객을 겨냥해 이야기의 접근성을 우선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한국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장르 다변화와 함께 글로벌 유통을 전제로 기획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서울대작전》도 그 흐름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다루면서도 복고 감성과 액션 오락성을 앞세운 것은 그 전략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서울대작전》은 치밀한 서사나 무거운 메시지를 원하는 분에게는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점은 분명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1988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청춘들의 에너지, 자동차 액션의 스피드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장면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출처 : NETFLIX,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