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가 주인공인 영화라면 보통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떠올리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Bullet Train》을 보고 나서 그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오히려 보는 내내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웃었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캐릭터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제가 직접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가 왜 단순한 액션 영화와 다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본 고속열차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긴장감
《Bullet Train》의 배경은 도쿄에서 출발하는 일본의 신칸센(Shinkansen)입니다. 신칸센이란 일본의 고속철도 시스템으로, 최고 시속 300km 이상으로 운행되는 열차를 가리킵니다. 영화는 바로 이 밀폐되고 빠르게 달리는 공간을 핵심 장치로 활용합니다.
좁고 긴 통로, 각 칸마다 달라지는 분위기, 그리고 절대 멈추지 않는 속도.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 공간 설정 하나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탈출구가 없다는 사실이 캐릭터들의 선택을 더 절박하게 만들고, 관객 입장에서도 숨이 막히는 느낌을 줍니다.
영화의 원작은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마리아 비틀(Maria Beetle)》입니다. 이 소설은 2010년 일본에서 출간되어 장편 미스터리·스릴러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영화는 이 원작의 구조와 캐릭터 설정을 바탕으로 영화적 재해석을 가했습니다. 원작 팬들 사이에서는 영화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편이지만, 저는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공간 연출 측면에서 매우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클로즈드 로케이션(Closed Location) 기법도 이 영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클로즈드 로케이션이란 극 중 인물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설정해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입니다. 고전 스릴러 영화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사용해 온 기법인데, 《Bullet Train》은 여기에 화려한 색감과 빠른 편집을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다섯 킬러가 뒤엉키는 캐릭터 구조, 어디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주인공 레이디버그(Ladybug)를 포함해 레몬(Lemon), 탠저린(Tangerine), 더 울프(The Wolf), 더 호넷(The Hornet), 더 프린스(The Prince)까지, 각자의 목적과 배경을 가진 킬러들이 동시에 열차에 탑승합니다.
처음 30분은 솔직히 "이걸 어떻게 다 따라가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퍼즐이 맞춰지듯 각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이 구조를 영화 용어로 멀티플 내러티브(Multiple Narrative)라고 부릅니다. 멀티플 내러티브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으로 전개되다가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되는 서술 방식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레몬과 탠저린 콤비였습니다. 이 두 캐릭터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분명히 느껴지는 방식으로 그려졌습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서도 두 인물의 관계가 읽혔는데, 이게 단순히 배우의 능력인지 연출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더 잘 즐기기 위한 관람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반에는 각 캐릭터의 이름과 목적을 메모하며 보면 중반 이후 훨씬 재미있습니다.
-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이게 나중에 연결되겠구나"라는 눈으로 보면 구조가 보입니다.
- 액션 장면보다 캐릭터 간의 대사에 집중하면 코미디 요소가 훨씬 살아납니다.
- 후반부에 등장하는 빌런의 정체와 그가 벌인 일의 규모가 드러나는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영화 흥행 측면에서 보면, 《Bullet Train》은 2022년 북미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3,000만 달러 이상의 오프닝 수익을 기록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이는 팬데믹 이후 오리지널 액션 영화로서는 상당히 견고한 성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액션 코미디 장르의 균형, 이 영화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액션 코미디라는 장르는 두 요소의 균형을 잡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코미디에 치우치면 액션이 가볍게 느껴지고, 액션에 집중하면 코미디가 억지스럽게 끼어드는 느낌을 줍니다. 《Bullet Train》은 이 균형을 꽤 잘 잡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비결은 캐릭터의 성격 자체에 유머를 내재화했다는 점입니다.
레이디버그가 운이 없다고 확신하며 매 상황마다 툴툴대는 방식, 레몬이 토마스와 친구들 캐릭터에 집착하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설정, 이런 요소들이 억지로 웃음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후반부로 갈수록 스케일이 급격히 커지면서 개연성이 다소 흐트러지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열차 안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는 장면들이 등장할 때는 "이건 좀 과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의 톤이 처음부터 현실보다 과장된 세계관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 측면에서도 이 영화는 볼거리가 많습니다. 미장센이란 카메라 앵글, 조명, 색채, 배우의 위치 등 한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열차 내부의 각 칸마다 다른 색감과 분위기를 연출한 방식은 제가 특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특히 야쿠자가 등장하는 장면의 조명 설계는 일본 특유의 네온 분위기와 맞물려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비평 측면에서는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 평론가 점수와 관객 점수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확인했을 때 평론가 점수는 다소 엇갈린 반면, 관객 점수는 훨씬 높게 집계되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이런 현상은 이 영화가 비평적 완성도보다 오락적 만족감에서 강점을 가지는 작품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Bullet Train》은 머리를 비우고 보기 좋은 영화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 작품입니다. 단, 그 안에 캐릭터 설계와 구조적인 연결이 탄탄하게 깔려 있어서, 그냥 흘려보기엔 아까운 디테일도 분명히 있습니다. 액션과 유머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분, 그리고 여러 인물이 얽히는 군상극 스타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께 자신 있게 권해드릴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음에 볼 영화를 고민 중이시라면, 일단 한 번 틀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참고: NETFLIX,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