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예고편만 보고 "아, 이번엔 또 모험 활극이구나" 싶었던 분 계신가요? 저도 딱 그랬습니다. 붕대 감긴 미라가 피라미드에서 깨어나고 주인공이 달아나는 그 익숙한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제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리 크로닌 감독의 2026년판 《The Mummy》는 미라 영화가 아니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겪는 심리 붕괴를 다룬 초자연 호러였습니다.

가족 호러로 재탄생한 미라, 그 빙의 공포의 정체
영화는 이집트 아스완 근처의 오래된 저택 지하에서 검은 현무암 석관이 발굴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이 도입부에서 이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기존 미라 영화들이 강렬한 BGM과 함께 미라를 바로 등장시키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어둡고 습한 공기 자체로 먼저 공포를 만듭니다.
이후 이야기는 카이로에서 활동하는 탐사 보도 기자 찰리 캐넌의 가족으로 넘어갑니다. 어린 딸 케이티가 모래폭풍 속에서 정체불명의 여성에게 납치되고, 찰리는 딸의 손을 놓치고 맙니다. 솔직히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저에게는 가장 무서웠습니다. 스크린에 괴물이 등장한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공황 상태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8년 뒤,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무너진 삶을 이어가던 가족에게 케이티가 돌아옵니다. 여기서 영화의 핵심 공포 장치인 빙의(possession)가 본격적으로 작동합니다. 빙의란 외부의 초자연적 존재가 인간의 신체를 점령해 행동과 의식을 통제하는 상태를 말하는 공포 장르의 핵심 개념입니다. 리 크로닌 감독은 이 빙의의 공포를 요란한 방식이 아니라 케이티의 식탁에서의 작은 손짓, 눈빛의 미세한 변화 같은 디테일로 쌓아 올립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케이티의 귀환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 차이였습니다. 아버지 찰리(잭 레이너)는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눌려 의심 자체를 포기하고, 어머니 라리사(라이아 코스타)는 본능적으로 뭔가 틀렸다는 걸 감지하면서도 믿고 싶어 합니다. 이 두 사람의 감정이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순간들이 영화의 진짜 긴장감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엑소시즘(exorcism) 장르에 가깝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엑소시즘이란 종교적 의식을 통해 악령이나 빙의된 존재를 몸에서 쫓아내는 행위를 뜻하며, 공포영화에서는 빙의된 인물을 구해내려는 과정을 다룬 서사 구조를 가리킵니다. 저도 보면서 1999년판의 모험 활극이나 2017년판의 블록버스터 감각보다는 이 엑소시즘 계열 호러에 훨씬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 주목해야 할 공포 연출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케이티의 귀환 이후 집 안 공간(식탁, 침실, 복도)이 서서히 저주의 공간으로 변해가는 방식
- 고대 이집트 신화의 저주가 인간의 몸 안에서 발현되는 신체 훼손(body horror) 이미지
- 부모의 죄책감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심리적 공포 구조
리 크로닌의 신체 호러와 이집트 신화의 결합
리 크로닌 감독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신체 호러(body horror)입니다. 신체 호러란 인간의 신체가 변형되거나 훼손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강조하여 공포감을 만드는 서브 장르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개척하고 《이블 데드》 시리즈가 대중화한 방식입니다. 리 크로닌은 《이블 데드 라이즈》에서 이미 이 방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극단까지 밀어붙인 바 있습니다.
이번 《The Mummy》에서도 그 특유의 질감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미라를 '고대의 붕대 괴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신 고대의 저주가 케이티라는 어린아이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 서서히 바꾸는 과정이 중심에 놓입니다. 이 접근이 저는 꽤 독창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잭 레이너는 8년간 딸을 잃은 아버지의 무너진 내면을 과장 없이 조용하게 담아냅니다. 라이아 코스타는 기적을 믿고 싶은 어머니와 본능적 보호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저는 이 연기가 영화 전반의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 칼라마위가 맡은 달리아는 이집트 현지 수사와 고대 전설을 잇는 역할로, 이 인물이 없었다면 영화의 신화적 맥락이 허공에 떴을 것입니다.
리 크로닌 감독이 이집트 현지 배우와 아랍어 사용의 진정성을 강조했다는 점도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실질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카이로와 뉴멕시코라는 두 배경, 검은 피라미드의 고대 저주와 미국 중부 도시의 평범한 가족 공간이 충돌하면서 독특한 이질감이 생깁니다. 이 혼합이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중반부에서 신화적 맥락과 가족 드라마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채 병렬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질감 자체가 영화만의 불편한 질감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공포영화의 장르 분류 기준으로 보면, 이 작품은 슬래셔(slasher)나 좀비 장르보다 심리 호러(psychological horror)와 신체 호러의 중간에 위치합니다. 심리 호러란 물리적 위협보다 캐릭터의 내면 붕괴, 불신, 죄책감을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그 정의에 가장 잘 맞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작 규모를 보면, 약 2,200만 달러 예산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서 약 8,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방식의 저예산 고수익 공식이 이번에도 어느 정도 작동한 셈입니다. 블룸하우스 방식이란 낮은 제작비로 공포에 집중한 영화를 만들어 마케팅 비용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는 제작 전략을 가리키며, 《겟 아웃》, 《더 퍼지》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출처: Blumhouse Productions).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는 C+를 기록했는데, 시네마스코어란 개봉 당일 실제 극장 관객을 대상으로 작품 만족도를 즉시 집계하는 북미 시장의 대표적 관객 반응 지표입니다. C+는 대중적 기대치와 실제 영화의 결이 맞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출처: CinemaScore).
기존 《미라》 시리즈의 경쾌한 모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분명히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133분이라는 러닝타임도 이 장르치고는 길게 느껴지는 편이고, 일부 잔혹한 장면은 심약한 분들에게 꽤 불편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가족과 함께 보기는 어려운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마지막 장면 때문입니다. 케이티가 조용히 웃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 마지막 컷은, 미라의 저주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낯선 존재로 바뀌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무력함을 가장 정직하게 담아낸 순간이었습니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분이라면, 그리고 블룸하우스 특유의 가족 공간 공포에 익숙한 분이라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입니다. 단, 모험 영화를 기대하고 간다면 반드시 그 기대를 내려놓고 극장에 들어가셔야 합니다.
참고: YOUTUBE, C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