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극복했다는 말, 정말 가능한 걸까요? 영화 '파도 끝에서'를 보고 나서 저는 그 질문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습니다. 잔잔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보고 난 뒤 한참 동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빠른 전개도, 극적인 반전도 없는데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걸까. 그 이유를 찾다 보니 이 글이 시작됐습니다.상실의 상징 — 바다는 왜 그 장소여야 했을까주인공 윤재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처음에 단순히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는 도망치듯 떠났던 곳으로, 결국 스스로 걸어 돌아온 겁니다. 죄책감(罪責感)이란 단어가 여기서 중요합니다. 죄책감이란 어떤 사건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심..
보고 싶었던 영화를 드디어 봤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Past Lives》를 틀었을 때는 그냥 잔잔한 로맨스 한 편이겠거니 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 영화, 보는 방법을 조금 알고 보면 감동이 배가 됩니다.절제미학으로 완성한 인연의 서사《Past Lives》는 셀린 송(Celine Song)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란 나영과 해성이 이민과 시간으로 갈라지고, 수십 년 뒤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들으면 흔한 재회 로맨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보면 전혀 다릅 느낌이 있습니다.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출 방식은 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