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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부모님께 "고기 좀 드세요"라고 말하면서 정작 아침 식단을 들여다본 적이 없었거든요. 밥과 김치뿐인 아침, 간단한 점심, 그리고 저녁에야 고기 한 점. 하루 단백질 총량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도 근육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단백질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 자료를 살펴보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나이 든 근육이 단백질에 둔감해지는 이유 — 동화저항성
제가 처음 '동화저항성(anabolic resistance)'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이게 왜 중요한지 바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동화저항성이란 근육이 단백질이나 운동 자극에 예전만큼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젊을 때는 닭가슴살 한 덩어리를 먹으면 근육이 제법 반응했다면, 나이가 들수록 같은 양을 먹어도 그 반응이 약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의 근육은 늘 두 가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근육 단백질 합성(muscle protein synthesis), 즉 새로운 근육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과, 오래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입니다. 젊을 때는 이 균형이 합성 쪽으로 기울기 쉽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근육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거죠.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이 류신(leucine)입니다. 류신이란 필수아미노산 중 하나로, 근육 단백질 합성을 시작시키는 신호 스위치 역할을 합니다. 다만 제가 자료를 살펴보면서 확인한 건, 류신 하나만 따로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근육 단백질을 만들려면 류신을 포함한 필수아미노산 전체가 충분히 공급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단백질만 많이 먹으면 동화저항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제가 살펴본 자료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유럽 근감소증 연구그룹인 EWGSOP2는 근감소증(sarcopenia)을 진단할 때 단순히 근육량이 아닌 근력 저하를 핵심 지표로 봅니다(출처: Age and Ageing, EWGSOP2 2019). 여기서 근감소증이란 근육량 감소를 넘어 근력과 신체 기능까지 함께 떨어지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악력이 약해졌는지, 의자에서 손을 짚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지, 걷는 속도가 느려졌는지 — 이런 일상 속 변화가 사실 더 중요한 신호입니다.
제가 더 뜨끔했던 건 이 부분입니다. 체중계 숫자가 그대로라도 근육이 빠지고 지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몸무게가 유지된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근육 감소의 원인도 단백질 부족 하나가 아닙니다. 신체활동 감소, 만성 염증, 장기간 침상 생활, 전체 식사량 감소가 모두 얽혀 있습니다.
- 동화저항성: 나이 든 근육이 단백질·운동 자극에 둔감해지는 현상
- 근육 단백질 합성을 자극하는 류신은 다른 필수아미노산과 함께 작동함
- EWGSOP2 기준: 근력 저하 → 근육량·질 감소 확인 → 신체기능 평가 순으로 진단
- 체중 유지 ≠ 근육 유지. 기능 변화를 함께 살펴봐야 함
- 근육 감소 원인: 단백질 부족 외에도 신체활동 저하, 질환, 전체 에너지 부족 포함
단백질 섭취량과 끼니 분배 — 저녁 한 끼에 몰아넣으면 안 되는 이유
제가 직접 하루 식사를 기록해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침엔 밥과 김치, 점심은 국밥 한 그릇, 저녁에야 고기나 생선이 나왔습니다. 하루 단백질을 더하면 얼추 맞는 것 같아도, 사실상 단백질의 절반 이상이 저녁 한 끼에 몰려 있었습니다.
ESPEN(유럽 임상영양·대사학회)의 노인 영양 임상 지침에서는 건강한 노년층에게 체중 1kg당 하루 최소 1.0g, 가능하면 1.0~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고합니다(출처: Clinical Nutrition, ESPEN 2022). 한국노년학회와 한국영양학회의 전문가 합의에서도 국내 노년층의 근육 감소를 늦추기 위한 최소 기준으로 1.2g/kg/일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체중 60kg이라면 하루 72g, 70kg이라면 84g이 됩니다.
그런데 총량만큼 중요한 것이 끼니별 분배입니다. 노년층에서는 한 끼에 약 25~30g 수준의 고품질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식후 근육 단백질 합성을 충분히 자극하는 방법으로 연구돼 왔습니다. 물론 이게 절대적인 규칙은 아닙니다. 하루 전체 단백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고, 분배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현실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은 이겁니다 — 아침과 점심에 단백질이 지나치게 비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
여기서 제 경험으로 볼 때 가장 자주 비어 있는 끼니는 아침입니다. 달걀 하나, 우유 한 잔, 또는 요구르트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아침 식사의 단백질 구성이 달라집니다. 식욕이 없는 분들에게 한 번에 많은 고기를 권하는 것보다, 각 끼니에 먹기 편한 단백질 식품을 조금씩 끼워 넣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더라도 전체 에너지 섭취가 부족하면 몸은 들어온 아미노산을 근육 합성보다 에너지원으로 먼저 씁니다. 그래서 노년기에는 "단백질 몇 그램을 먹었는가"와 함께 "전체 식사를 충분히 하고 있는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계속 빠진다면, 단백질 보충제 한 병보다 식사 전체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백질과 함께 저항운동도 빠질 수 없습니다. 단백질은 재료이고, 저항운동은 그 재료를 근육에 쓰도록 만드는 신호입니다. 헬스장 바벨이 아니어도 됩니다. 의자 앉았다 일어서기, 계단 오르기, 탄력 밴드 운동 같은 방식으로도 근육에 저항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낙상 위험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운동 종류와 강도를 개인 상태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근육 건강은 단백질 통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나이 들수록 단백질이 중요하다"는 말은 맞지만, 그 문장의 완성형은 결국 이쪽입니다 — 매 끼니 단백질 식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전체 식사를 충분히 하고, 근육을 실제로 쓰는 생활을 함께 만드는 것.
좋은 건강 정보는 무엇을 사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지금 내 생활에서 무엇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오늘 아침 식사에 달걀 하나, 우유 한 잔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것, 저는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Cruz-Jentoft AJ, et al. Sarcopenia: revised European consensus on definition and diagnosis. Age and Ageing. 2019;48(1):16-31. [EWGSOP2] / Volkert D, et al. ESPEN practical guideline: Clinical nutrition and hydration in geriatrics. Clinical Nutrition. 2022;41:958-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