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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동안 영양제 시간표를 달력에 붙여놓고 살았습니다. 비타민은 아침, 마그네슘은 잠들기 전, 철분은 무조건 공복.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간표, 왜 이렇게 정해진 건지 나는 설명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양제 복용에서 시간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흡수 조건 — "몇 시에"보다 "무엇과 함께"가 먼저입니다
영양제 복용 시간을 검색하면 비타민 D는 점심, 마그네슘은 저녁, 철분은 공복 같은 깔끔한 표가 나옵니다. 처음 봤을 때 저도 "이거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씩 들여다볼수록 시간보다 훨씬 중요한 변수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먼저 지용성 비타민(fat-soluble vitamin)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용성 비타민이란 기름에 녹는 성질을 가진 비타민으로, 비타민 A·D·E·K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중 비타민 D는 장에서 지방과 함께 흡수되기 때문에 지방이 어느 정도 포함된 식사와 함께 먹는 것이 흡수에 유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Vitamin D Fact Sheet). 여기서 핵심은 "오전 몇 시인가"가 아니라 "어떤 식사와 함께인가"입니다. 제 경험상 이 차이를 이해하고 나서 아침 공복에 비타민 D를 먹던 습관을 바꿨는데, 의외로 간단한 변화였습니다.
칼슘 보충제도 형태에 따라 조건이 달라집니다.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은 위산이 있는 환경에서 더 잘 녹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흡수에 유리합니다. 반면 구연산칼슘(calcium citrate)은 위산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공복에도 흡수될 수 있습니다. "칼슘은 무조건 식후에"라고 외우는 것보다 내가 먹는 제품의 형태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더 정확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먹던 칼슘 보충제가 탄산칼슘 형태인 줄 모르고 공복에 먹고 있었는데, 제품 뒷면을 확인하고 나서야 뒤늦게 바꿨습니다.
칼슘 흡수에서 한 가지 더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칼슘은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다고 같은 비율로 흡수가 늘어나지 않습니다. 보충제로 칼슘을 섭취할 때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500mg 이하로 나누어 먹을 때 흡수가 더 효율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보다 1회 섭취량이 더 중요한 경우가 있는 셈입니다.
- 비타민 D(지용성 비타민): 지방이 포함된 식사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에 유리
-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 음식과 함께 섭취해야 위산 환경에서 잘 용해됨
- 구연산칼슘(calcium citrate): 위산 의존성이 낮아 공복에도 흡수 가능
- 칼슘 보충제: 한 번에 500mg 이하로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흡수 효율에 유리
상호작용 — 좋은 영양소도 함께 먹으면 방해가 됩니다
영양제를 여러 개 먹기 시작하면서 저는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영양소를 한꺼번에 먹는다고 해서 효과가 더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서로 흡수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비헴철(non-heme iron)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비헴철이란 식물성 식품이나 보충제에서 주로 얻는 철분 형태를 말합니다. 이 비헴철은 비타민 C와 함께 먹으면 흡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커피나 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polyphenol), 곡류와 콩류에 있는 피테이트(phytate)는 비헴철의 흡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철분 보충제를 먹은 직후에 커피를 마시던 시절이 있었는데, 돌아보면 좋지 않은 습관이었습니다.
칼슘도 철분 흡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철분 보충제와 칼슘 보충제는 서로 다른 시간에 섭취하도록 권고되기도 합니다. 아연 역시 고용량 철분 보충제와 동시에 섭취하면 아연 흡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가지 다 몸에 좋은 거니까 같이 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영양제 관리에서 실제로 가장 놓치기 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은 의약품과의 상호작용입니다. 갑상선호르몬제인 레보티록신(levothyroxine)을 예로 들면, 여기서 레보티록신이란 갑상선 기능 저하 환자에게 처방되는 호르몬 보충 약물로 공복 흡수가 중요한 약입니다. 철분 보충제나 일부 칼슘 보충제는 레보티록신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복용 간격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비타민 K가 함유된 영양제는 항응고제인 와파린(warfarin)을 복용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아연과 퀴놀론계 항생제를 같이 먹으면 둘 다 흡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Dietary Supplements: What You Need to Know).
처방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영양제 시간표를 짜기 전에 약의 복용 지침과 상호작용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인터넷에 있는 "영양제 황금 시간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복용하던 약이 있을 때 영양제 시간을 무심코 겹쳐서 먹었다가 뒤늦게 확인하고 조정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이런 상호작용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영양제 복용 시간을 파고들다 보면 결국 돌아오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영양제를 왜 먹고 있고, 얼마나 먹고 있으며, 무엇과 함께 먹고 있는가." 저는 시간표를 완성하기 전에 이 세 가지가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흡수 조건이 있는 영양제는 그 조건을 지키고, 상호작용이 있는 것들은 간격을 두고, 처방약이 있다면 약의 복용 지침을 최우선으로 놓는 것.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남은 영양제들은 사실 매일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 됩니다. 지속 가능성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영양제 관리의 핵심입니다. 완벽한 시간표보다 한 달 뒤에도 지키고 있는 단순한 원칙이 훨씬 낫다는 걸,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됐습니다.
참고: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 Dietary Supplements: What You Need to Know /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 Vitamin D Fact Sheet for Health Professionals